국가의 정체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론에서 지적되었듯이 정치권력을 누가 가지느냐? 그리고 그것이 긍정적인가 부정적인가에 따라 일반적으로 왕정, 참 주정, 귀족정, 과두정, 민주정, 무정부상태 이렇게 여섯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고대의 저자들은 대부분 이 정체들이 순환한다고 간주했던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는 폴리비오스의 정체순환론이 있다. 이들 정체 가운데 긍정적인 정체의 장점을 활용하여 정부를 세운 혼합정체를 공화정이라 한다. 마키아벨리 및 그가 독해했던 고대 로마의 학자들은 특히 로마의 정체를 인간의 역량 또는 덕이 가장 잘 드러난 정체라고 결론지었다. 영국의 명예혁명, 미국 혁명, 프랑스 혁명 등을 통해 18세기~19세기의 서유럽에서부터 자유주의적 국가의 성립이 가능해졌다. 이후 보통 선거권의 확립을 통해 현재의 많은 나라들이 적용하고 있는 현대 민주주의가 탄생했다. 근대에 들어와 사회주의 운동의 대두로 인해 사회주의에 알맞은 정체가 어떤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게 된다. 그 가운데 마르크스 레닌주의자들은 러시아 혁명을 통해 현실 공산주의 체제를 성립시킨다. 20세기까지의 정치학은 하나의 독립된 학문으로 공인받지 못하고 철학이나 법학 또는 역사학의 일부에 불과했다. 정치학을 하나의 독립된 학문으로 인정하고 대학에 정치학과가 생겨나기 시작한 것은 미국이었으며 미국에서도 19세기 말에 이르러 대부분의 대학에 정치학과가 생겨났다. 이러한 이유로 정치학 연구에 있어서 과학기술 면에서의 발달은 미국이 가장 앞서고 있다. 다른 모든 학문에서도 제2차 세계대전은 새로운 발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1945년 이후 정치학은 유례없는 발달을 거듭하고 국제적으로도 공인된 학문의 성격을 갖게 되었다. 대한민국에서도 해방과 더불어 정치학과 또는 정치외교학과가 각 대학에 설치되어 정치학을 독립된 학문으로써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정치학의 연구 대상 및 방법에 있어서는 물론이거니와 정치학 자체에 대한 국제적 인식도 제2차 세계대전을 전 후해서 크게 달라진다. 대한민국에서 정치학이 도입되고 대학에 정치학과 또는 정치외교학과가 설치되기 시작한 것은 해방 이후의 일이다. 따라서 1950년까지의 정치학은 영미에서 발달한 정치학을 동시에 반영하는 것이었다.
1960년대에 접어들면서 일본을 통해서 도입된 독일의 국가학적 전통이 약해지고 상대적으로 영미 특히 미국의 정치학의 영향이 크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민주정치론 또는 민주 정부론은 우리 학계의 주요 연구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이 시기의 정치학은 주로 민주주의에 대한 이념적 또는 제도적 해설에 그쳤으며 미국에서 발달하고 있는 과학적 연구 방법까지 도입한 것은 아니다. 1960년대에는 전통적 학풍이 청산되고 거의 전적으로 미국의 학풍이 우리 정치학계를 풍미하게 되었다. 정치에 대한 이념, 제도의 해설은 점차 지양되고 정치동태에 관한 과학적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행동주의적 정치학이 도입되는 것도 이 시기이다. 1960년대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이러한 정치학의 영향에 대한 심각한 반성이 이루어지는 한편 대한민국의 정치 실태를 설명할 수 있는 토착적 정치학의 개척이 모색되기 시작하였다. 1970년대에 접어들면서 이러한 기운은 더욱 농후해졌다. 대한민국의 정치학은 이제 국제적 성격을 벗어나 독자적 정치학의 개척기를 맞이했다고 볼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의 정치학의 실태를 본다면 19세기까지의 국가학적인 전통과 20세기의 과학적 방법이 공존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에 있어서도 초기의 정치학 발달은 독일의 학자와 떨어져서는 생각할 수 없었다. 프랑스에서의 정치학은 행정적인 효용성과 밀접하게 결부되어 있었다. 영국에 있어서의 정치학의 주제는 통치의 원리를 따지는 철학이나 미국 헌정의 실태를 설명하기 위한 헌정 이론이었다. 이탈리아에 있어서도 마키아벨리 이후 정치학의 전통은 단절되고 정치학은 역사와 철학의 일부로 간주하였다. 이러한 속에서도 정치학을 하나의 독립된 과학으로 확립시키려는 움직임이 미국과 영국의 한계에서 꾸준히 일어나고 있었다. 정치학을 독립된 과학으로 확립하는 데 콩트의 실증주의 철학의 영향력을 우리는 잊을 수 없다. 그는 사회현상도 자연현상과 마찬가지로 진실한 과학적 분석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명확히 했다. 이러한 과학주의는 미국에서 크게 환영받고 영국에서도 받아들여진다. 미국에 있어서는 메리엄의 과학주의적으로 전향된 '정치학의 새 국면'이 그 후의 정치학의 전통을 이루게 된다. 그리고 벤틀리의 '통치와 정론'은 국법학적 전통을 벗어난 동태적 정치학의 대상을 개척하였다. 영국의 배저트도 '물리학과 정치학'에서 정치학이 과학적인 방법으로 연구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렇게 볼 때 20세기 전반의 정치학은 유럽과 미국에 국한된 학문이었으며 유럽 대륙의 제 국가에서의 정치학이 일반적으로 국가학적 전통 가운데 남아 있었음에 반해서 영미의 정치학은 정치학을 과학적 방법으로 연구하기 시작했고 특히 미국에 있어서는 정치학을 독립된 학문으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계속했었다. 2차대전 후의 정치학의 발달은 미국을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다. 미국에서 발달한 과학적인 방법과 정치의 실태를 해명하려는 비 법학적인 연구의 전통은 거의 세계적으로 정치학의 연구와 교수의 방향을 설정하게 된다. 전통적 정치학 연구에 갇혀 있던 유럽의 정치학계에서도 미국의 정치학을 도입하게 되고 과학적으로 전향된 정치학 연구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 한편 미국의 정치학계는 과학적 정치학의 새로운 분야를 크게 개척하게 된다. 미국이 처해 있는 국제적 위치를 배경으로 국제관계와 지역연구 및 후진국 정치까지 포함하는 비교정치 분야에까지 연구 분야를 개척하고 미국 과학기술의 발전을 기반으로 더욱 추상화된 과학적 방법을 발전시켰다. 미국에서 발달한 행동주의는 인간과 정치를 연구하는 과학적 방법의 극치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인간과 정치의 문제가 과학기술로만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행동주의적 접근방법이 광범한 과학기술을 토대로 한다고 하더라도 정치 생활에서의 가치의 문제까지 해결할 수는 없다. 과학은 사실의 인과관계를 설명함에 적절할지는 몰라도 사실을 떠난 이념을 정립해주는 것이 아니다. 행동주의 개척자의 한 사람이었던 이스턴이 1969년 미국 정치학회 회장 취임 인사에도 밝혔듯이 현대의 정치학은 후기 행동주의 시대에 접어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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